교회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영광"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교회를 조금만 다녀도 많이 하고 많이 듣는 단어입니다. 구약 히브리어와 신약 헬라어 두 언어로 표현되는 "영광"의 의미를 여러가지 문맥과 대상과 적용에 따라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잡하고 분주한 인생을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에게 설명할 때 영광이란 단어를 늘 "나타남"이라는 의미로 간단히 강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이 "나타나는 것"과 그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는" 영광의 의미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예수 믿는 사람들의 삶과 태도와 언어와 관계를 통해서 "나타나야"하는 하나님의 자녀다움이 보여지는 것을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사랑과 긍휼과 온유함이라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변화의 모습이 하나님 자녀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세상을 향하여 "나타나야"하기 때문에 "영광"이라는 단어를 설명할 때 "나타남" "보여짐"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예수님의 성품이 아름답고 예수님의 사역을 닮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여 설교해도, 신앙인 각자의 삶과 태도와 언어와 관계 속에서 예수님의 성품과 사역이 자기도 알고 남도 인식하는 "나타남"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냥 좋은 말로, 유교적 덕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이웃의 허물에 대해 당연히 분노하고 지적할만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긍휼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덮을 줄 안다든지, 계산상으로는 분명한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 손해를 기쁨으로 선택하는 섬김의 능력이라든지, 갈등을 만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 내려고 하는 마음의 질병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인식하도록, 온갖 오해와 조롱을 당하면서도 그를 도와주는 헌신의 모습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 "아! 저 사람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구나!"라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이강직 안수집사님과 강춘희 권사님의 은퇴예식을 합니다. 2012년에 임직을 받으시고 지금껏 12년을 사역해 오셨습니다. 영혼을 섬기는 목회의 본질에 삶을 드리며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며 목회하신 분들입니다. 여러 교회 사역으로 함께 섬기다 보니 본인들이 먼저 예수님의 사역과 성품을 닮아가는 영적인 변화를 느끼는 보람, 기쁨, 감사 같은 성령님의 다스림을 인식하며 살았고, 동시에 주위에 있는 동역자들도 그런 변화와 성숙함이 나타나고 있음을 피차에 인식해 왔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은퇴하시는 오늘의 시간이 영광스러운 은퇴가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특히 이민 교회에서는 여러 이유로 한 교회를 평생 동안 충성스럽게 섬기는 것 자체를 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말은 성경대로 한다고 하고 좋은 덕목을 가르치는 설교를 많이 들었어도, 실제 삶을 노출하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격려하며 용서하고 인내하는 연습의 현장이 없었다면 그저 좋은 이야기요 추상적인 목표에 그치는 현실을 얼마든지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이 교회 안에서 오랜 세월 노출된 정직한 삶의 모습으로 이웃을 섬겨서 영적인 제자들과 영적인 자녀들을 생산하고, 그 제자들과 자녀들이 선배 신앙인의 선한 영향력에 감사하는 은퇴예식의 시간을 드리게 된 것은 우리 교회를 통해 부으신 하나님의 은혜요 그런 현장에 증인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우리교회 안에서 섬김의 사역으로 제자를 세우다가 영광스럽게 은퇴하는 모습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강직 집사님, 강춘희 권사님! 두 분 애쓰셨습니다. 하늘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