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목장 식구의 가족이 저희 옆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매우 즐겁기도 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영화를 끝까지 봅니다. 그러면 영상이 끝난 후 화면에 영화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역할이 올라갑니다. 이것을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s), 한글로는 ‘끝맺음 자막’이라고 합니다. 끝없이 올라가는 이름들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는 감독과 배우들 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2025년의 마지막 주일을 맞이하면서, 지난 일 년 동안 시온영락교회를 세워 가는데 수고한 모든 분들의 이름과 역할이 엔딩 크레딧처럼 제 머리 속을 지나갑니다. 한 분 한 분 이름과 역할을 자세히 나열하지는 못하지만 그 수고에 가슴 벅찬 고마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전합니다.
사례 받지 않는 평신도 목회자가 되어 목장을 섬기는 목자 (목녀목부)님들, 목자(목녀목부)님을 도와 가정교회를 세워가는 목원들, 교회가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각 사역의 팀장님들과 팀원들, 은혜로운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매 주 맡은 자리에서 수고하시는 분들, 매주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하늘새싹반과 조이랜드, Cloud.Z.의 선생님들,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기꺼이 자원해주시는 분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은밀하게 기도로 섬기는 분들, 영어부 회중인 RT를 섬기는 목회자 부부, 늘 맡은 자리에서 찬양과 반주와 음향 엔지니어로 섬기시는 분들, 토요일과 주일에 영상으로 섬겨주시는 분들, 토요 간증 새벽예배를 기쁨으로 섬기시는 분들, 우리 교회의 주인이 되시는 예수님... 이 외에도 수많은 엔딩 크레딧 명단이 있습니다. 새해에도 별 소망 없어 보이는 세상에 예수님의 소망을 심으며 행복하게 생활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무한한 시간을 하루, 일주일 간격으로 매듭지어 놓으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그 시간을 초, 분, 시, 한 달, 일 년 등으로 더 세심하게 매듭지어 놓았습니다. 세월은 그 매듭들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삶의 자리인 지금 여기를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과 사명을 확인하는 지혜의 공간입니다.
대나무는 오랜 시간을 거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디를 만들어 매듭을 형성하며 자랍니다. 마디를 만들 때 대나무는 일시적으로 성장을 멈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마디가 다음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고, 심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능력의 원천이 됩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25년을 잘 매듭지어 대나무처럼 서 계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새롭게 다가오는 2026년에는 우리 삶에서 부는 어떤 바람에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든든히 서 있다가, 내년 말의 엔딩 크레딧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삶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